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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의 여행톡] 몽골 대초원, 같고도 다른 자전거 얘기

  • 박정웅 기자 |입력 : 2019.07.2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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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초원 자전거여행기
초원, 생동하는 원시의 자연 품다
자전거, 탈수록 가벼워지는 삶의 무게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 동쪽 에델솜 지역의 대초원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몽골의 초원은 푸르다. 비는 초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말, 소, 양, 낙타는 푸른 풀과 물과 공기에 생동을 더했다. 초원의 산것들은 하늘과 땅이 내린 것으로 생명을 이어왔다. 그들은 사람의 손을 탔음에도 자연의 것만으로 초원을 누빈다. 유목민은 가축을 멀찍이 두고 지켜볼 뿐이다. 이들은 서로가 필요할 땐 어깨를 맞댄다. 이들에게서 간섭은 어쩌면 드넓은 초원을 살아가는 원천일 수 있겠다. 필요한 만큼의 간섭은 소통의 다른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가 대초원을 찾았다. 케이벨로 자전거여행객들이 22~24일(현지시간) 몽골의 대초원을 누빈 것. 때마침 사나흘 연속 비가 내려 청량감이 더했다. 더욱 맑아진 대기에 먼 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애써 미간을 찌푸리지 않아도 좋았다. 물이 귀해 혹독하다던 초원의 삶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평온해 보이는 초원, 그곳에서 바퀴를 구를수록 뭔가가 비워진다는 감상이 잦았다. 물론 한낱 여행자의 시선과 잣대로만 초원의 삶을 말할 순 없겠다.

2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대초원의 습지를 찾은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세상에서 보기 드문 원시의 초원을 간직한 몽골. 20명의 자전거여행객들은 사흘간 드넓은 대초원 곳곳을 달렸다. 달리다가 비를 피해 쉬기를 거듭했다. 때론 폭우를 감내했다. 또 언덕 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세계자연유산인 테를지국립공원에서 내려온 몽골의 젖줄인 툴강과 인근의 오지인 하위르깅 다와, 초원을 굽어보는 칭기즈칸 기마상. 유목민의 발자취가 오롯이 새겨진, 날것 그대로의 비포장 구간을 함께 달린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임은영(52)씨의 몽골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15년 전 당시 초등생이던 자녀와 몽골을 찾은 것. 그는 초원을 달리는 내내 한결같은 표정이었다. 폭우가 쏟아져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거나 바퀴가 박힌 습지에서 진흙범벅의 얼굴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초원 풍경과 조화롭게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그는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온통 초록 세상이다. 탁 트인 전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빌딩숲에 갇혀 사는 것과 비교가 된다. 초원이라는 대자연 앞에 머리가 반사적으로 숙여졌다. ‘청량함’이나 ‘깨끗함’... 초원에서 느낀 기운에 적합한 표현에 막상 떠오르질 않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임씨는 또 “자전거여행을 와서 자전거를 타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몽골사람들의 좋은 기운에 도시생활에서 놓친 무엇인가를 되짚은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의 맑은 눈을 봤다”고도 했다.

최희락(71)씨는 숙박지인 훈누캠프에서 승마 체험을 하지 않은 채 게르에서 단잠을 청했다. 그런 그가 다음날 찾은 유목민의 게르에선 주인장이 내준 말에 덥썩 오르더니 초원에서 내뺐다. 알고 보니 과거 승마 생활체육대회 등을 휩쓴 수준급 승마인이었던 것.

자전거여행객들은 대초원의 한 유목민의 게르에서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박정웅 기자
최씨는 이번 몽골여행에 대해 한마디로 “별을 보러 왔다”고 했다. 임씨처럼 몽골여행이 이번이 두 번째라는 그는 “25년 전에는 말을 타러 왔고 이번에는 다르다. 그때 우연히 본 환상적인 밤하늘이 지워지질 않았다”고 했다. 승마여행에서 보너스로 받은 25년 전의 밤하늘이 그의 등을 떠민 셈이다.

그는 “주객이 전도됐다. 밤하늘에 대한 충격으로 몽골에 대한 기억은 말에서 별로 바뀐 것”이라면서 “연속된 비에 아쉽게도 초원의 밤하늘을 볼 순 없었다. 느낌은 조금 다를 순 있겠으나 말 달리는 것처럼 자전거로 오랜 만에 초원을 달린 기분도 새롭다”면서 훗날 별 체험을 기약했다.

김영희씨는 이번 여행을 단단히 벼렸다. 이번이 첫 해외 자전거여행이란다. 또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지난 2년간 자전거를 거의 타질 못했다는 것. 그는 “자전거 바퀴를 초원에 맞는 것으로 교체해서 연습까지 했다. 몽골의 대초원을 달린다는 생각에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자전거 실력에다 만반의 준비까지 갖춘 그의 자전거는 경쾌했다. 변덕스런 날씨와 초원의 다양한 지형지물을 가리지 않았다.

초원을 굽어보는 칭기즈칸 기마상 뒤편 언덕에 오른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김씨는 폭우가 쏟아진 툴강과 수많은 개천을 거뜬하게 건넜다. 그는 “여기(몽골)가 체질”이라고 했다가 “툴강에서는 실은 살짝 겁이 났다. 자전거를 8년 동안 탔지만 이번처럼 강을 건너본 적이 없었다. 일행들이 건너는 것을 보고 함께하니 용기가 나더라”며 웃었다.

또 “초원에 야생화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공기가 청량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대초원은 전문 가이드와 지원차량이 함께하면 즐거운 자전거여행이 될 것”이라면서 “노년에 건강을 지키는 데 자전거만 한 것이 없다. 돌아가면 지인들과 몽골 자전거여행을 계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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