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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처벌도 안 받는데…"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8.09.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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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오늘(28일)부터 자전거 이용자는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지난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이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공공자전거의 경우 안전모 분실 우려가 있어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안전 우선” vs “탁상공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국의 도로와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다. 행안부는 자전거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모 착용 여부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는 통계를 근거로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도로교통관리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자전거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총 1340명이다. 이 중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109명(11.2%)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의 2012∼2016년 통계에서는 자전거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부상 부위는 머리가 38.4%로 가장 많았다.

안전모 착용은 사고 위험을 낮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시험 결과 자전거 탑승자가 충돌사고 또는 부주의 등으로 인해 넘어질 경우 안전모를 썼을 때 성인은 8분의1, 어린이는 12.5분의1 정도로 머리가 받는 충격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위험을 생각하면 안전모 의무화는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의 입장은 다르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불편함 등을 이유로 안전모 착용을 꺼리고 있다.

직장인 김유림씨(27)는 “일주일에 2번 이상 자전거를 타는데 안전모를 착용하는 건 한달에 1~2번 정도”라며 “안전모를 착용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여름엔 땀이 나서 더욱 쓰기 싫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내 자전거 대여소. 대여 가능한 안자전거 안전모는 10여개 뿐이다. /사진=김경은 기자

특히 이 법은 훈시규정이어서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행안부는 “헬멧 착용을 단속하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이에 따른 처벌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효성이 없다며 개정안을 폐기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대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여 가능한 자전거는 수백대인데 안전모는 10여개”라며 “10명 중 1명이 빌릴까 말까한데 구매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해 “처벌받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왜 이런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자전거 이용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전거 단체에서는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로 체계 정비 등 자전거사고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 없이 충돌 순간의 위험만을 낮추려 한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단체들은 자전거사고의 주 원인으로 ‘차량 중심의 도로체계’를 지적한다. 

2013∼2017년 자전거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자전거 대 차’ 사고의 비율이 75.5%에 달한다. ‘자전거 대 사람’의 사고비율은 20.2% 수준이다. 사고로 자전거 운전자가 사망한 경우는 ‘자전거 대 차’가 69%로 ‘자전거 대 사람’ 보다 10배가량 높다. 

◆공공자전거는 어쩌나

안전모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여의도역 인근 따릉이 대여소의 모습. 남아있는 안전모는 하나뿐이다. /사진=김경은 기자

공공자전거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쓰다 보니 위생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공공 대여소에 비치된 안전모의 도난·분실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달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 15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안전모를 착용했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위생(34%), 날씨(24%), 단거리여서 불필요(22%), 헤어스타일(20%) 등이 꼽혔다. 

분실사고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20일부터 대여소 30곳에 500개, 자전거 바구니에 400개의 안전모를 놓아두는 등 총 1500개의 안전모를 준비했다. 하지만 시행 한달 만에 357개(23.8%)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모의 원가는 1만3500원. 여기에 세척, 관리비까지 더하면 안전모 대여서비스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서울시는 헬맷 무료 대여를 전면 확대할 경우 한해 예산만 1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를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도 안전모를 속속 들여놓았다. 하지만 대다수가 시범사업으로 일부에만 안전모를 도입한다. 서울시의 초라한 성적표를 보고도 차마 법을 외면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안전모를 구입하는 것이다. 

법 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부겸 행안부 장관도 고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지 고민 중”이라며 “당초 입법을 추진한 국회와 더불어 심도 있게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를 이미 통과했던 법은 개정절차를 거쳐야 손볼 수 있다. 발의와 마찬가지로 법안 개정도 10명 이상 의원의 동의를 얻어 제출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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